2024. 7. 17. 18:10ㆍ전국 법원 주요 판례
【판시사항】
[1] 영국법상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약정이 과다하고 비양심적(extravagant and unconscionable)인 경우, 강제할 수 없는 위약벌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liquidated damages)인지 위약벌(penalty)인지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상대방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할 정당한 이익’은 계약 위반으로 인한 예상 손해의 최대치를 전보받는 것에 한정되는지 여부(소극)
[2]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준거법에 관계없이 해당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하는 구 국제사법 제7조의 국제적 강행규정인지 여부(소극) / 준거법인 영국법을 적용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을 별도로 감액할 수 없다고 하여 그 적용이 구 국제사법 제10조의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영국법상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약정은 그 약정 내용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liquidated damages)과 위약벌(penalty)로 구분되고, 위약금 약정의 내용이 과다하고 비양심적(extravagant and unconscionable)이라면 이는 위약벌에 해당하여 강제할 수 없다(unenforceable)[이른바 위약벌 원칙(The Penalty Rule), Dunlop Pneumatic Tyre Co Ltd v New Garage and Motor Co Ltd〔1915〕AC 79 등 참조].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 해석의 문제로서, 계약 당시 상황을 기초로 하여, 약정된 위약금이 상대방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할 정당한 이익과 비례하는 범위 내에 있는지가 기준이 되고, 이때 ‘상대방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할 정당한 이익’은 계약 위반으로 인한 예상 손해의 최대치를 전보받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Cavendish Square Holding BV v Makdessi〔2015〕UKSC 67 참조). 또한 위약금 약정의 내용이 의무 위반의 내용 및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특정액을 지급하기로 한 것인지, 계약 체결 당시 손해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용이한지, 위약금 약정이 부가된 계약이 상사계약인지, 계약당사자들의 협상력이 대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벌인지를 판단한다(위 판결들 참조).
[2]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은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통해 당사자들의 계약에 개입하여 내용을 수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그 입법 목적과 성격,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준거법에 관계없이 해당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하는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의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준거법인 영국법을 적용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을 별도로 감액할 수 없다고 하여 그 적용이 구 국제사법 제10조의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390조, 제398조 [2] 민법 제398조 제2항,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현행 제20조 참조), 제10조(현행 제23조 참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 에스피에이(○○○ S.p.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신영철 외 4인)
【피고, 상고인】 △△△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지형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7. 9. 선고 2018나2052472, 205248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선박명 생략)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선주인 원고는 2016. 12. 2. 피고 △△△ 주식회사(이하 ‘피고 1 회사’라 한다)와 원고가 피고 1 회사에 이 사건 선박을 2017. 2. 7.부터 같은 해 2. 28.까지 22일간 용선해 주고 그 대가로 피고 1 회사는 원고에게 미화 9,086,280달러의 운임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용선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용선계약에는 ① 용선자의 계약위반으로 용선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기지급 대금은 반환되지 않는다는 조항(이하 ‘이 사건 몰취조항’이라 한다), ② 용선자의 운임 미지급 시 지급 완료일 또는 용선계약 해제일까지 매 지연일마다 미지급액의 1%에 상당하는 손해배상 예정액을 지급한다는 조항(이하 ‘이 사건 미지급 운임 일 1% 예정조항’이라 한다), ③ 용선자의 30일 이상 운임 지급 지체를 이유로 선주가 용선계약을 해제할 경우 용선자는 약정 운임의 100%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사건 청구의 근거조항, 이하 ‘이 사건 운임 100% 배상조항’이라 한다) 및 ④ 이 사건 용선계약의 규율과 해석은 영국법에 따른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 이 사건 용선계약 체결 이후 약정운임이 제때 지급되지 않자 다음과 같이 확약서와 보증서가 작성되어 원고에게 교부되었다.
1) ① 피고 1 회사가 2017. 2. 1.부터 같은 해 2. 3.까지 원고에게 연체된 운임을 지급하고, ② 이 사건 용선계약과 관련된 분쟁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전속적으로 해결하며, ③ 피고 1 회사가 위 운임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피고 □□□ 주식회사(이하 ‘피고 2 회사’라 한다)와 피고 3이 연대하여 책임을 지기로 하는 내용의 2017. 1. 31. 자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 한다)가 피고들 명의로 작성되어 원고에게 교부되었다.
2) ① 피고 1 회사가 한국시간으로 2017. 2. 6. 12:00까지 원고에게 연체된 운임 전부를 지급하고, ②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원고가 이 사건 용선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취득하며, ③ 이 사건 용선계약과 관련된 분쟁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전속적으로 해결하고, ④ 피고 1 회사가 위 운임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피고 2 회사와 피고 3이 연대하여 책임을 지기로 하는 내용의 2017. 2. 3. 자 보증서(이하 ‘이 사건 보증서’라 한다)가 피고 1 회사 및 피고 2 회사 명의로 작성되어 원고에게 교부되었다.
다. 피고 1 회사가 2017. 2. 6. 오전까지 약정 운임 중 미화 합계 2,486,628달러를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약정 운임을 지급하지 못하자, 원고는 2017. 2. 6. 피고 1 회사에 이 사건 용선계약을 해제한다고 통지하였다.
2. 제1, 2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영국법상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약정은 그 약정 내용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liquidated damages)과 위약벌(penalty)로 구분되고, 위약금 약정의 내용이 과다하고 비양심적(extravagant and unconscionable)이라면 이는 위약벌에 해당하여 강제할 수 없다(unenforceable)[이른바 위약벌 원칙(The Penalty Rule), Dunlop Pneumatic Tyre Co Ltd v New Garage and Motor Co Ltd〔1915〕AC 79 등 참조].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 해석의 문제로서, 계약 당시 상황을 기초로 하여, 약정된 위약금이 상대방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할 정당한 이익과 비례하는 범위 내에 있는지가 기준이 되고, 이때 ‘상대방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할 정당한 이익’은 계약 위반으로 인한 예상 손해의 최대치를 전보받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Cavendish Square Holding BV v Makdessi〔2015〕UKSC 67 참조). 또한 위약금 약정의 내용이 의무 위반의 내용 및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특정액을 지급하기로 한 것인지, 계약 체결 당시 손해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용이한지, 위약금 약정이 부가된 계약이 상사계약인지, 계약당사자들의 협상력이 대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벌인지를 판단한다(위 판결들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용선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이고 영국법상 위약벌은 무효이나 이 사건 운임 100% 배상조항은 위약벌이 아닌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유효하다고 보아 그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지급의무를 인정하였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설시한 이유 중 영국법상 계약 위반 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는 조항과 이미 지급한 금원을 몰취당하는 조항을 구별하여 후자에는 위약벌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부분은 적절하지 않으나, 이 사건 미지급 운임 일 1% 예정조항과 이 사건 몰취조항의 존재를 고려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운임 100% 배상조항은 위약벌이 아니라고 보아 그에 따라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명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영국법상의 위약벌 해당 여부,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제3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은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통해 당사자들의 계약에 개입하여 내용을 수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그 입법 목적과 성격,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준거법에 관계없이 해당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하는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사법’이라 한다) 제7조의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준거법인 영국법을 적용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을 별도로 감액할 수 없다고 하여 그 적용이 구 국제사법 제10조의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따라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을 하지 않은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준거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제4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확약서 및 보증서의 기재 내용, 피고들의 관계 및 이 사건 확약서에 피고 1 회사의 날인과 피고 1 회사 및 피고 2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연대책임을 지는 본인인 피고 3의 서명이 이루어진 사정, 이 사건 보증서에는 소외인이 피고 3의 동의를 받아 서명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확약서 및 보증서의 효력이 피고 2 회사 및 피고 3에게 미치므로 이 피고들은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계약의 성립과 해석 및 준거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상환 권영준(주심) 신숙희
(출처: 대법원 2024. 4. 25. 선고 2019다261558 판결 [손해배상(기)] > 종합법률정보 판례)